담장 밖 뮤스레터 구독자 여러분께.
여러분, 혹시 장화홍련 이야기를 아시나요?
오늘은 담장 안 소녀 '홍련'이 외치는 이야기들을 담아 뉴스레터를 작성해보려고 해요.
뮤스레터의 세번째 소식에서는 상처받은 가슴에 연대와 위로를 전하는 뮤지컬 ‘홍련’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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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통설화 중 하나인 장화홍련은 장화와 홍련 두 자매가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후에 한 부사가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이야기인데요, 여기 그 이야기의 주인공인 홍련이 저승의 심판장인 천도정에서 말하는 죽음의 정황은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홍련이 어떤 이유로 천도정에 가게 되었는지, 어떤 심판을 받게 되었는지 이야기해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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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자의 영혼이 심판받는 곳, 저승의 천도정에서 장화홍련전의 '홍련'은 아버지를 죽이고 형제를 해친 죄목으로 심판을 받게 돼요. 어째서인지 홍련은 전부 자신이 한 행동이 맞다며 재판을 끝내려 합니다.
그러나 천도정의 신 '바리'는 수상할정도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홍련을 벌하지 않고 그녀가 재판에 제대로 임하도록 죽은 아버지의 영혼까지 부르는데요, 재판이 진행될수록 홍련이 스스로 악인을 자처할정도로 큰 분노와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며 죽음의 진실이 드러나게 해요.
바리는 진실이 드러날수록 홍련이 괴로워하는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외면해온 사실과 감정들을 직시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여 한을 풀 수 있도록 도와주어요. 자칫하다간 악귀가 될 수 있으니 그만하라는 차사의 만류에도 홍련의 아픔을 알기에 포기하지 않고 그 아픔을 풀어주려하는 바리의 모습은 홍련에게도, 관객에도 큰 위로를 전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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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 '홍련'과 '바리'는 남아선호사상과 가부장제가 자리잡고있는 이 사회에서,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분노와 원망, 현실외면과 자기혐오 같은 감정들을 이야기해요.
홍련은 자신이 아버지를 죽이고 형제를 해했다고 하지만 사실 이것은 자신의 얘기가 담장을 넘지 못하고 침묵과 정숙을 강요당하는 괴로운 현실을 견딜 수 없어 스스로 지어낸 상상이였어요. 그 속에는 언니 '장화'의 고통을 외면했었던 자신에 대한 혐오가 가득이였는데요, 그저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버려진 바리는 같은 가정폭력 피해자로서 그 분노와 슬픔을 이해하고 홍련이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여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아무리 괴롭고 외면하고 싶더라도 자신의 현실과 감정을 직면하며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는것만으로도 우리는 자신을 수용할 수 있고, 그렇기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어요. 또다시 나로서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외치고, 외침들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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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저승 천도정, 이곳에 한 소녀의 영혼이 끌려온다.
그녀는 <장화홍련전>의 '홍련'으로, 아버지를 살해하고 동생을 해쳤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두 사람을 해친 것은 맞지만, 하늘을 대신해 단죄한 것이니 아무런 죄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건을 이야기하는 홍련의 말은 조금씩 모순되어 있다.
이에 천도정의 주인인 저승신 바리는 차사 강림과 함께 홍련의 진짜 죄는 무엇인지 재판을 시작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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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소개
뮤지컬 홍련은 2024년 올해가 초연인 한국 창작공연으로, 2022년 CJ문화재단이 지원하는 '스테이지 업'에 선정, 2023년 ‘K-뮤지컬 국제마켓’ 리딩 쇼케이스를 거쳐 개발된 작품이예요. 원작이 따로 없는 창작공연이지만, 한국 전통 설화인 '장화홍련전'과 '바리데기 설화'를 배경으로 제작된 공연인 만큼 '홍련'과 '바리'의 이야기를 중점으로 진행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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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홍련전
장화와 홍련은 쌍둥이 자매로, 5살때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의 재혼으로 허씨부인 손에 자라게 됩니다. 허씨는 아들 장쇠와 다르게 장화와 홍련을 미워하고 학대하곤 하죠. 시간이 흘러 장화가 정혼을 하자 허씨는 장화의 이불 속에 죽은 쥐를 넣었다가 꺼내 장화가 낙태를 했다고 속이고, 아들 장쇠를 시켜 연못에 빠뜨려 죽여요. 이때 갑자기 호랑이가 나타나 장쇠의 팔과 다리를 물어뜯어 장쇠는 크게 다치는데요, 이에 허씨는 홍련을 더욱 학대하고 죽이려 듭니다. 결국 홍련은 장화가 죽은 연못을 찾아가 장화를 따라 생을 마감하게 돼요. 그 뒤로 마을에 곡성이 나고, 부사들이 부임할때마다 줄줄이 죽는 일이 벌어집니다. 한 부사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에 부임하여 두 자매의 죽음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됩니다. 그는 밤에 나타난 장화와 홍련의 혼이 하는 말을 듣고 죽은 쥐의 배를 갈라 쥐똥이 들어있는것을 마을에 밝히면서 아버지와 허씨를 벌하여 자매의 억울함을 풀어주었습니다.
바리데기 설화
바리데기는 '버려진 아이' 라는 뜻으로, 설화 속 등장하는 오구대왕과 왕비가 버린 7번째 딸이에요. 아들을 바라던 부부는 바리데기를 내다 버렸지만, 바리데기는 한 노부부에 의해 구해져 양육되었습니다. 15년이 흐르고, 자식을 버린 왕은 천벌을 받아 병에 걸렸는데요, 이를 치유할 수 있는것은 오직 저승에서만 구할 수 있는 생명수였어요. 이 사실을 알게 된 왕은 버린 딸을 찾게되고, 바리데기는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저승으로 가게됩니다. 많은 고난끝에 저승에 도착한 바리데기는 생명수를 지키는 동수자를 만나게 되고, 동수자는 자신과 결혼할 것을 요구하죠. 바리데기는 동수자와 결혼하여 일곱 아들을 낳게 되고, 생명수를 구해 이승으로 돌아와 결국 아버지를 살리게 됩니다. 오구대왕은 그녀의 효심을 칭찬하며 많은 재물을 내리겠다고 했지만, 바리데기는 저승으로 돌아와 많은 버려진 영혼을 돌보는 신이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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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포인트
홍련은 한국의 전통설화를 배경으로 하지만 강렬한 락 사운드와 힙한 비트, 국악적인 분위기의 음악 등 넘버들이 다양한 장르로 이루어져 있어 신선한 느낌을 주는 공연이에요. 극 중 가장 재밌는 장면으로 홍련이 무죄를 주장하며 부르는 '돌림노래' 라는 넘버를 소개해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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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림노래'는 아버지를 죽이고 형제를 해쳤다는 죄목으로 저승에서 재판을 받고있는 홍련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저승 신 바리에게 억울함을 노래하는 넘버예요.
난 무죄야 아무 죄 없어 난 무죄야 아무 죄 없어
이 탓하고 탓하는 돌림노래
이 법정의 법정의 무한노래
애초에 하늘에서 일을 똑바로 했었어야지! 왜 배무룡 같은 인간을 세상에 내놔서 말이야, 어? 나도 억울해. 난 법 없이도 살 사람인데, 당신들 직무유기 때문에 나만 피해 본 거 아냐!
유쾌한 비트와 가사 덕분에 피해자로서의 홍련의 이야기를 너무 무겁지만은 않게 풀어낸 연출이 눈에 띄는 장면이에요. 신들을 대신해 단죄한것이기 때문에 무죄라고 주장하는 홍련을 통해, 내 얘기를 들어달라 절박하게 외치던 자신을 들은척도 하지 않았던 사회와 신들을 향해 분노하는것을 느낄 수 있는 장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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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극 브이로그
뮤지컬 '홍련'을 보고 온 관극 브이로그예요.
공연장으로 내려가는 계단 왼편에 배우들의 포스터가 붙어있으니, 놓치지 않고 구경하는것을 추천드려요!(계단이 가파르니 계단조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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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아이야 너의 숱한 날들을 알아 아이야 아이야 너를 제발 탓하지 말아라 아이야 아이야 부디 너를 미워 말고 귀하게 사랑하라 쉼없이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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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외면하고싶을 정도로 괴로운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연대와 위로를 전하는 뮤지컬 홍련 소개글이였습니다. 상처받은 가슴에 위로가 필요할 때, 자신의 솔직한 내면을 감싸안아주고 싶을 때 뮤지컬 홍련을 감상하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다음 뮤스레터는 일주일 동안 재정비 시간을 가지고 더 나은 방향으로 컨텐츠를 개선하여 돌아올 예정이에요.
그럼, 3주 뒤 일요일에 또다른 공연 소개로 찾아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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